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 리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4.3사건 제주 기억과 치유

by 따봉즈 2025. 9. 21.

작별하지않는다 책 표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인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가 결코 작별할 수 없는 기억과 상처를 문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오늘은 한강 작가의 문학적 시선과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기억의 힘을 중심으로 작품을 해석하며, 독자들이 역사와 문학을 함께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강 소설 속 제주 4.3사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개인의 삶을 다룬 소설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 속 집단적 상처를 문학적으로 기록한 작품입니다.. 특히 제주 4.3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문학과 역사의 교차점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에서는 사건 당시의 참혹함이 직접적으로 묘사되기보다는, 남겨진 이들의 기억과 목소리, 그리고 세대 간 전해지는 고통이 중심이 됩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과거 사건’으로서의 제주 4.3을 넘어, 현재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기억’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약 6년간 지속된 국가 폭력의 비극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사건이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이 사건은 정치적 이유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했고, 피해자와 유족들은 억눌린 기억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한강은 이러한 침묵을 문학으로 깨뜨리며, 다시금 독자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묻고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학의 치유적 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 입은 채 살아가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의 공백이 채워지고, 억눌린 기억이 회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문학적 시선과 치유의 의미

한강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인간의 고통, 폭력, 상처를 세밀하게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제주 4.3사건을 통해, 국가 폭력이 남긴 상흔을 탐색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대화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단절된 기억을 다시 잇는 문학적 장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집단적 기억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동시에, 그 기억이 얼마나 개인의 삶과 깊이 얽혀 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한강의 문체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지니며, 독자들로 하여금 잊힌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치유의 의미는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설 속에서 되살려냄으로써, 독자들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서, 역사 속 고통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됩니다. 문학은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치유의 장치가 된다는 점을 한강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힘과 우리의 과제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과거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힘을 강조하며, 우리가 결코 작별할 수 없는 역사와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규정합니다. 따라서 제주 4.3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묻는 행위이기도 하지요. 기억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직결되기에 사건을 잊는 것은 곧 공동체의 일부를 잃는 것이며, 이는 사회적 연속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이어갈 것인가?” 그 질문은 단지 제주 4.3사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광주, 세월호, 최근의 다양한 사회적 비극까지,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기억의 윤리를 시험받고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 과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기억을 이어가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임을 보여줍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기억과 치유, 화해의 가능성을 탐색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잊힌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와의 작별이 아니라, 기억과의 지속적인 대화입니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소설을 읽고, 기억을 이어가는 작은 실천을 할 때 비로소 역사는 진정한 의미로 치유될 수 있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