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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

by 따봉즈 2025. 9. 17.

어디서 살 것인가 책 표지

『어디서 살 것인가』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집과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를 탐구한 책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건축적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 환경이 행복과 삶의 질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를 깊이 있게 짚어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집은 투자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일상적 행복과 인간관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오늘은 책의 주요 메시지를 정리하며, 공간심리학적 시각에서 주거 선택이 왜 중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거와 삶의 행복

저자는 주거 공간을 단순한 주거 형태가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담는 그릇이라고 정의합니다. 집은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삶의 방식이 드러나는 무대입니다. 예를 들어 거실이 가족의 중심이 되느냐, 혹은 침실로 바로 흩어지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가족의 소통 빈도가 달라집니다. 또한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감이 적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합니다.

책은 특히 한국 사회의 주거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공간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갖추었지만, 동시에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공간적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놀 기회를 잃고, 이웃과 자연스럽게 교류하지 못하는 현재의 환경은 결국 사회적 고립과 개인적 외로움으로 이어집니다. 즉, 우리가 어디서 살지를 선택하는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과 행복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주제임을 일깨워줍니다.

저자는 "좋은 집이란 넓은 집이 아니라, 나와 가족이 가장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는 집"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삶의 질은 평수나 위치보다 공간의 활용 방식과 설계에 달려 있으며, 행복한 주거란 ‘작지만 따뜻한 교류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공간심리학과 주거 선택

공간심리학은 사람들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이를 주거 문제와 연결해, 왜 어떤 집은 편안하고 어떤 집은 답답한지, 그리고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창문이 많은 집은 채광과 환기를 통해 개방감을 주지만, 창문이 거의 없는 집은 심리적 답답함을 유발해 장기적으로는 우울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 주방의 위치가 거실과 연결되어 있으면 가족의 대화가 늘어나고, 주방이 고립된 구조라면 가사 노동이 분리된 채로 외로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건축적 선택이 단순히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질과 심리적 안정감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특히 한국 도시 주거의 문제점을 짚습니다. 고층 아파트 단지는 효율적이지만 주민 간의 교류를 차단합니다.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 연결망이 줄어들고, 고립감이 심화됩니다. 반면 유럽의 일부 도시에서는 광장, 공원, 공유 정원이 활성화되어 이웃 간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공간심리학적 설계가 사회적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소개됩니다.

공간심리학적 관점에서 주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곧, 단순히 평수나 입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까’를 상상하는 과정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상력이 행복을 결정하는 열쇠라고 강조합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주거 전략

『어디서 살 것인가』는 독자에게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주거 전략도 제시합니다. 첫째, 자연과 가까운 공간을 선택하라는 조언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문, 바람이 드나드는 통풍, 작은 정원이나 공원과의 접근성은 우리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요소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정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둘째, 관계의 구조를 고려하라는 점입니다. 가족 간 마주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는 소통을 늘리고 갈등을 줄여줍니다. 예를 들어 현관에서 거실을 거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된 집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합니다. 반대로 방으로 곧바로 흩어지게 만드는 구조는 대화의 기회를 줄입니다. 이는 이웃 관계에도 적용되며,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동네는 공동체적 유대감이 강해집니다.

셋째,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도심의 주거 환경이 적합할 수 있고,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하고 자연에 가까운 교외 주거가 더 어울립니다. 이처럼 주거는 보편적인 답이 없으며, 개인의 가치관과 성격, 생활 리듬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책은 “좋은 집이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집이 아니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집”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결국 독자가 ‘나에게 맞는 공간은 어디인가’를 고민하게 만들며, 주거 선택을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닌 삶의 철학적 결정으로 끌어올립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주거 공간을 단순한 집이 아닌,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바라보게 합니다. 저자는 공간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가 집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주거 선택에 있어 단순히 투자 가치가 아닌 삶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돌아보며 작은 변화로도 행복을 키울 수 있고, 앞으로 집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해질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텐데요.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며, 이 책을 통해 “나에게 가장 맞는 집”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길 권합니다.